작년 즐겨본 드라마 중 하나인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 보면서 '옹산'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동백이도 없고~ 용식이도 없지만, 드라마를 떠올리며 다녀온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동백이집까지 쉬엄쉬엄 걸어갔다가, 구룡포에 온 김에 맛집에도 들러보자며 들어간 곳이 바로 까꾸네 모리국수이다.
포항 구룡포 까꾸네 모리국수
해물탕과 칼국수를 한번에 먹는 별미
구룡포는 모리국수가 유명하다길래 먹으러 가자고는 했는데 슬금슬금 거부감이 밀려왔다. 매운탕보다 맑은탕을 즐겨 먹는 내게 해물탕에 칼국수 넣은 것 같은 비주얼은 '먹음직스럽지 않다'는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면류를 무척 즐기지만, 이런 스타일은 별로였는데... 일단 먹어봐야 맛을 안다! 가격대는 무난하고 자꾸만 생각나는 맛이라 또 먹고 싶어지는 별미이다.
구룡포항이 내려다 보이는 돌계단에 앉아 사진도 찍어보고, 동백이집에도 가보고, 까멜리아 카페 앞에 섰다. 이제 그만 돌아갈까 하다가 배를 채우고 이동하기로 했다. 해풍국수를 먹을까, 모리국수를 먹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모리국수를 먹기로 결정했다.
모리국수집이 꽤 많았는데 그 원조격이라고 하는 까꾸네로 향했다. 주말에는 가게 앞이 대기줄로 분주하다고 한다. 우리는 평일 애매한 시간대에 방문한 거라 그랬는지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했다.
실내에는 둥근 탁자가 네 개. 탁자 크기 대비 의자는 많은 점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기가 길 경우 합석을 해야 하는 일도 있는 모양이다. 점심을 먹기엔 늦은 시간이요, 저녁을 먹기엔 다소 이른 시간대라 가게 안은 한산했다.
벽 곳곳에는 기다리면서 읽으면 좋을 시 몇 편이 걸려있고... 까꾸네 모리국수 3인분을 주문했는데, 아이가 1인분 다 먹을 수 있겠냐며 2인분만 주문하면 되겠다고 하시고... 아이가 먹을 것이니 덜 맵게 만들어 주시겠다 하신다. 주방에 할머니 혼자 계셨기에 나오기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동안 3,000원짜리 막걸리 한 병. 주문을 하니 막걸리 사발에 멸치와 미역귀를 안주로 내어주신다. 미역귀가 아주 맛있더라는...
주방에 보니 크기가 제각각인 들통이 여러개. 이만큼이 2인분짜리 들통이다. 아이와 함께 먹을 거라 덜 맵게 만들어주셨는데, 매운 거 잘 못먹는 편이라 그런지 내게도 이 정도 맵기가 적당했다.
들통 안에는 집게와 국자가 들어있어 떠먹으면 되고, 김치 덜어 먹을 접시와 앞접시도 챙겨주신다.
흔들어 먹으면 더 맛잇다는 호미곶 생 막걸리, 안흔들어 먹는 것을 좋아해서 그냥 따랐는데 그래도 아주 맛있다. 흔들든 말든 우에든동 한 잔 하시더...
아귀가 이렇게 맛있던가... 주방에 보니 싱싱해 보이는 아귀가 잔뜩 양동이에 담겨 있었는데 그 녀석들이다. 가격대비 많은 양이 들어 있어서 부드럽고 담백한 아귀살을 먼저 발라 먹고 국수는 나중에~
원래는 고춧가루 듬뿍, 수산물도 몇 가지 넣는다고 하는데 우리가 먹으러 갔을 때는 아귀와 자잘한 홍합이 들어 있었다. 태풍 여파로 홍합양식장에도 피해가 커서 요즘 홍합이다 조그맣다고 하신다.
까꾸네 모리국수 가격 2인분 13,000원 3인분 17,500원 4인분 22,000원 5인분 27,500원 6인분 33,000원이다.
계산은 현금결제, 현금을 가지도 다니지 않아 계좌이체를 하겠다고 했더니 통장을 그대로 건네 주셔서 당황했다. 말투와 행동이 굉장히 씨크하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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