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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우리 모두의 진짜 마음

by 이우유 2019.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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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쓰고 싶은데 잘 쓰지 못하는 한계는 미혹됨이 없어야 하는 나이에도 여전한 문제였다. 각종 글쓰기 책을 읽어보고, 요즘에는 유투브 채널도 찾아보곤 한다. 그러다 우연히 우리 모두의 진짜 속내, 본심을 다룬 책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를 소개하는 영상을 접했다.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꼭 나만

너도 나도 잘되는 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아니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갑남을녀의 본심은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꼭 나만! 이게 솔직한 우리의 속마음일 게다. 나만 잘됐으면 좋겠다, 내 일만 잘됐으면 좋겠다...

 

올해 여름께 나온 책인데,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늦게 들어온 모양이다. 신착도서 코너에 꽂혀 있길래 얼른 빌려왔다. 찬찬히 곱씹어 읽다보니 전에 서점에 갔다가 훑어본 책이었다.

 

책표지에 제목이

되게

주세요

라고 쓰여있는데

나는 잘하지만 (나잘해) 그래도 '나만' 잘되고 싶다는 뉘앙스로 읽혔다.

 

안을 들여다 보면, 1장 혼자도 안녕합니다, 2장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3장 타인의 시선과 반응에 민감한 이유, 4장 랜선 혹은 라이프의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소제목을 읽어보면 요즘 트렌드와 관심을 반영해 주제와 어휘 를 선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개취, 덕질, 탕진잼, 먹방, 인성, 라이브, 로그아웃...

 

다소 가벼워 보이면서도 얍샵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꽉 차 있다. 그 중 책 제목과 가장 부합하는 내용은 바로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감정, 샤덴프로이데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상적인 차원에서는 이타주의를, 실질적인 차원에서는 이기주의를 지향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은 공격적이고 비겁한 태도를 양산했다. 일례로 온갖 변칙이 난무하는 상태에서 이익은 누구보다 빨리 선점해야 하는 목표 그 자체가 되었다. 삶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여기고 방어적이면서도 전투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이익을 남보다 먼저 취하지 못하면 자기 자신을 자책한다.

졸렬해 보이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이익을 남도 얻지 못한 것에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상대의 아픔이 나의 쾌감이 되는 '샤덴프로이데'가 만연해진다.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외적인 것들에 관심을 끊고 자신 안으로 파고든다. 외부와의 연결점은 찾지 못한다.

이타주의가 없는 이기주의에서 나 이외의 존재는 의미가 없으므로 나에 관한 이야기만을 늘어놓게 된다. 나의 행복, 나의 아픔, 그리고 온통 나.  (pp. 45~46)

 

 

샤덴프로이데(schadentfeude)는 질투심, 쌤통, 고소함 등을 뜻하는 독일어라고 하는데 이런 '용어'까지 있는 것을 보니 남의 상처를 자신의 기쁨으로 여기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나 보다. 저자는 '졸렬해 보이지만'이라고 써 놓았지만, 이익을 남보다 먼저 취해야 하는 전투적인 사회에서 자신이 갖지 못한 이익을 남도 얻지 못하는 것에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사실은 '졸렬하지 않고' 지극한 나, 너, 우리의 본심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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