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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발췌]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 황선미

by 이우유 2017.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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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에게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우물이 있는 모양이다. 거기에는 차마 끊어 내지 못한 두레박줄이 여전히 드리워져 있고 거기 어디쯤엔가 걸려 있던 풍경 하나를 건져 올린 건 목까지 차올라 삼켜지지 않던 외로움이 아니었을까. 커다란 나무 아래서 빈 의자를 보고 발이 묶여 버린 그날, 왜 하필 아버지의 집에 남아 있던 기울어진 의자가 떠올랐는지.

그날 그 시간에 감사하며. (작가의 말 중에서)


그들이 없는 뒤뜰은 질서가 무너진 세상이었다. 작은 동물들도 이제 더는 귀염둥이가 아니었다. 두려움에 떠는 닭들. 눈을 번득이는 고양이들. 도둑질할 틈만 노리는 청설모들. 때로는 난데없이 까마귀나 까치들까지 폭격하듯 내리꽂히기도 하고.
 "후우! 닭들이 원인이야." (140~141쪽)



진실이라고 믿었던 기억이 오롯이 진실일 수 있는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작은 마을에서 몇 안 되는 어린애들이 겪은 일만도 이렇듯 다른데. 오해와 착각이 그대로 굳어져 평생 어긋나 버린 게 바로 자신의 삶이었다는 것을 강 노인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송이의 초대를 그는 두 번이나 허락하지 못했다. 선로가 어긋나는 순간 영원히 다른 길로 달려가고 말았다. 젊었을 때 한 번쯤 그녀를 만났더라면.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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