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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뭉치

[발췌] 문제가 있습니다 - 사노 요코

by 이우유 2017.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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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요코의 일상탐구 문제가 있습니다




고양이한테 금화 ::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완벽과 절대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 없다.
꿈과 희망은 품지 않는다.
내일보다 오늘, 지금, 현재가 힘에 부쳐, 짬이 생길 때마다 과거의 일을 소처럼 멍하니 반추한다.
누군가 나더러 전속력으로 후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후회스럽고 어리석은 인생이었지만 다시 태어나도 완전히 똑같이 살 것 같으니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바보같이 돈을 길거리에 버린 적이 있다.
지인을 출판 파티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그때 나는 고무 샌들에 가로로 밑단을 대충 자른 청바지에 남성용의 검정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파티장 현관에서 친구를 내려주는데, 알고 지내는 편집자가 달려와 내 손을 잡아당기며 집요하게 들어오라고 권했다. '이런 차림으로는 좀...' 하며 저녁 8시에 야오야마 거리를 달려 영업 중인 가게로 뛰어들었다.
우선 마네킹이 입고 있는 정장을 벗기고, 검정색 니트를 찾아 달라고 했다. 피팅룸에서 더러운 내 옷을 차례차례 짓밟으며 갈아 입었다. "아가씨, 검정색 스타킹 있어요?" "검정색 신발 있어요?" 요구하는 것마다 척척 찾아주는 대단한 가게였다. 돈이 없어 카드를 내밀었다.
엇? 엇? 3만9천 엔은 너무 싼데, 혹시 36만 엔? 그럴 리가 있나?
숫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는 명품이 뭔지 몰랐다. 내가 들어간 가게는 막스마라였다.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지만, 친구들에게 '요코의 막스마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후로 한 번도 입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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