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오르다
경상북도 경산시 와촌면 갓바위로81길 176-64(대한리 산44)에 위치한 불상, 관봉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 보물 제432호). 일명 팔공산 갓바위. 소원 하나씩은 꼭 들어주신다고 하여 대학수학능력을 앞둔 기간에는 기도하고자 하는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아직 아이의 대입은 10년 가량 남았지만, 다른 간절한 소원이 있어서 팔공산 갓바위를 찾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구 팔공산 갓바위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행정구역상으로는 경산시 소재라고 한다.)
팔공산 갓바위의 정식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
대구행은 처음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휴게소는 두 곳이나 들렀다;;;;) 3시간 남짓을 달려 도착한 갓바위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1,000원만 내면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다. 방문한 시기가 9월 초 어느 주말, 시간대가 애매하게~ 오후 3시쯤이라 그랬는지 주차장은 여유로웠다.
팔공산자연공원안내도
줄곧 비가 흩뿌리고 뿌연 날씨라 기분마저 우울한 요즘이었는데, 오랜만에 화창한 주말을 맞이했다. 기온은 꽤 올라갔지만, 팔공산자연공원 근처는 녹음이 우거지고, 바람이 제법 불어 시원하니 청량감이 느껴지는 그런 날이었다.
본격적으로 팔공산 갓바위에 오르기 전에 화장실에 들러서 몸을 가뿐하게 했다. 관암사에도 화장실이 있으나 미처 몰랐기 때문에...
올라가는 초입에는 여느 유명 산사처럼 채소를 파는 어르신들이 계셨다. 내려올 때까지도 계셨는데, 바로 집으로 올라왔다면 가지 등등을 사가지고 왔을텐데, 팔공산온천관광호텔에서 1박을 할 예정이어서 구입하지 못했다.
갓바위 상가 안내도
연중 불자와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지는 곳이다보니 갓바위 상가도 잘 꾸며져 있다. 산에 오를 때 혹은 내려올 때 맛있게 또 부담없이 한 끼를 즐기기 좋은 식당들이 많다.
염원을 담아 돌무더기를 쌓고 그들이 모여 꽤나 큰 돌탑이 되었다. 묘기를 하듯 매우 어려운 포즈의 탑도 있었는데, 쌓은 분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졌기를 바라며 한 걸음, 두 걸음 발을 내딛었다.
갓바위 돌계단
팔공산 갓바위로 향하는 길에는 1,365개의 돌계단이 있었다.
1년 365일 연중 찾는 명소로 한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시는 갓바위 '약사여래불'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기도를 올리면 당신의 소원은 꼭 이루어질 것입니다.
갓바위로 가는 1,365 계단 중 첫번째 계단을 오르고... 중간중간 얼마만큼 올라왔는지 계단수가 표시되어 있는데, 잘 찾지 못했다. 내려올 때는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올라가는 방향 기준으로 왼쪽에 100계단 정도씩 차이를 주고 안내표시가 되어 있다.
팔공산 갓바위로 올라가는 탐방로 정비공사로 곳곳에 쉼터가 생기고 높낮이가 다른 계단 개선작업을 했다고 한다. 곳곳에 쉬는 곳이 있어서 오르내릴 때 쉬어가기 좋았지만, 계단이 높고 낮고 좁고 넓고 바보계단스러워서 노약자가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갈 때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내려갈 때는 계단 높이가 들쭉날쭉하고 폭도 제각각인 것이 너무 무릎에 무리가 갔다. 올라갈 때는 난간을 잡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내려올 때는 난간에 많이 의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양성중인 구간이 종종 있어서 아, 진짜 울고 싶었던 ㅠㅠ
그래도 중간중간 쉬어갈 때 바라본 풍광은 정말 시간과 땀방울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이것이 힐링이다!!
열심히 갓바위로 향하는 길. 힘 내라며 응원해주는, 하산객들을 만났다. 5분만 더 가면 된다고 하셨지만, 순 거짓말쟁이였다. (사실 5분이 맞았지만) 50분처럼 느껴진 시간을 견뎌내고 오르니 음료수 자판기가 나왔다.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서 더는 못 올라가겠고, 자판기 앞에 털썩 주저앉아 음료수 한 캔을 클리어 하고 나서야 비로소 힘이 났다.
팔공산 갓바위에 간다면, 편한 옷차림에 쿠션감 좋은 운동화, 시원한 얼음물 그리고 넉넉한 잔돈을 준비해 가면 좋을 것 같다. 동전과 천원 짜리가 없어서 자판기 음료수를 더 못마셔 아쉬웠다;;;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시는 갓바위(冠峰)약사여래불께 기도를 올려 보세요.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를 뜷듯
당신의 소원을 꼭 이루어질 것입니다.
팔공산 갓바위 앞에서 내려다 본 풍경
간절하게 소원을 비는 사람들
당신의 소원을 꼭 이루어질 것입니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 높이는 해발 850m의 산봉우리에 돌부처가 머리에 커다랗고 평평한 돌을 이고 있어 '갓바위'라 불린다. 몸체는 통일신라 시대, 갓은 고려시대에 따로 만들어 올린 것이라 한다. 불상 머리 위에 얹은 갓은 원래 팔각형이었으나,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훼손되어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
불전함에 보시하면서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다. 올라오는데 너무 힘들었으니, 소원 꼭 들어주세요... 했는데!!
팔공산 갓바위에 울려퍼지는 스님의 독경에, 탐욕을 참회합니다... 옴 마니 반메 훔... 하시니 순간 멍해졌다. 우리 가족의 소원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두둥!
다시 1,365 돌계단을 내려와 관암사에 이르렀다. 올라갈 때는 외면했던 약수가 왜 그렇게 반갑던지!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지든 말든 (물론, 이루어지면 더욱 좋을 테지만!) 2018년 9월 1일, 팔공산 갓바위에 오른 것은 정말 뜻깊은 경험으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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