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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본맛

평양냉면 맛집, 송추 평양면옥 꿩냉면

by 이우유 2018.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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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요즘 핫한 평랭, 평양냉면에 꽂혔던 적이 있다. 뭐에 꽂히면 그것만 주구장창 물리도록 먹고, 듣고, 하는데 내겐 몇 해전 이미 휩쓸고 지나간 터였다. 소위 '평양냉면 맛집'으로 손꼽히는 여러 곳을 방문했고, 그 중 내 스타일에 잘 맞는 평랭집 한 곳은 지금도 종종 방문하는 맛집 중 하나이다.

평양냉면의 맛이라고 하면 슴슴하다~고 표현하는 게 최고 잘 맞는 수식어인 줄 알았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 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끊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각주:1]

 

송추 평양면옥 꿩냉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평양냉면의 맛은 진짜로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맛이었기 때문에 백석 시인의 시를 보면서 무릎을 탁 쳤던(사실 무릎까지 치지는 않았지만 탁월한 표현력에 매우 놀랐다. 역시 백석!)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알아오다 내 머리와 혀가 기억하는 평양냉면의 맛과는 다소 다른 송추 평양면옥의 평양냉면을 만나게 된다.

 

북한산 북서쪽 송추계곡과 공릉천이 만나는 지점에 평양면옥이 있다. 이런 설명보다는 더 알기 쉬운(?) 위치 설명 추가한다.

송추에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고기집이 있는데 바로 송추 가마골이다. 송추 가마골 본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으니, (서울외곽에 위치해) 찾아가기까지는 쉽지 않으나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게다. 송추 유원지나 용미리 추모공원 등을 방문하고 근처 맛집 검색해본 분들이라면 이 두 음식점에는 한번쯤 가봤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매번 송추 가마골에만 갔었는데, 평랭 열풍에 동참하고픈 마음이 동해서였는지 송추 평양면옥으로 향했다. 어버이날을 앞둔 주말이라 가마골도 평양면옥도 주차부터 쉽지 않았다.

송추 평양면옥 전용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난 후에도 문제였다. 대기줄이 엄청 길었던 것. 평양면옥은 대기번호표 없이 오롯이 서서 기다려야 한다. 가족단위 손님이 많았는데, 가족 대표로 한 명씩만 서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언제쯤 착석을 하고 시원한 냉면을 호로록 할 수 있을지 시간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문 밖에서부터 줄을 서서 평양면옥 개업일 1980년 5월 3일이라고 쓰여있는 액자까지 30분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면서 손님들을 보니 시기가 시기인지라 어른들을 모시고 나들이 나온 가족단위 손님이 많았고, 더러 단골로 추정되는 연세 지긋한 남자손님들 테이블도 보였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고향의 맛을 그리워 하는 실향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했다.

 

이쪽에서 보면 지하 저쪽에서 보면 1층으로 보이는 식당 내부는 입추의 여지없이 손님들로 가득찼다. 밖에서 기다릴 때는 이 정도의 규모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예상보다 식당 내부가 넓었다. 맛있게 냉면을 먹는 테이블이 반, 주문한 냉면을 기다리는 테이블이 반이었다.

 

 

냉면은 물냉이지~ 송추 평양면옥 꿩냉면!

 

테이블마다 가격이 함께 적혀있는 차림표가 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꿩냉면을 주문했다. 집에 오는 길에 녹두지짐도 먹을 걸~ 닭고기 무침도 주문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는데, 다음에 송추 평양면옥에 또 가면 이번에 못 먹어본 어복쟁반도, 손만두도 꼭 먹어보리라.

 

주문을 하면 바로 물김치가 나온다. 일종의 에피타이저이자 곁반찬이기도 하다. 냉면을 주문하고 나서도 얼마간 더 기다려야 했으므로 기다리는 시간동안 입이 심심하지 않게 마시고 씹었다. 완전 맛있달 것은 아닌데, 은근 중독성이 있는 것이 자꾸 손이 갔다. 그게.. 완전 맛있다는 뜻인 건가?

 

물김치와 뜨끈한 면수를 마시며 꿩냉면을 기다렸다.

 

평양냉면 맛집 송추 평양면옥

송추 평양면옥의 꿩냉면은 10,000원으로 평양냉면 가격대비 적당한 편이다. 적당한 양의 면발 위에 사각사각 무김치, 꼬들꼬들한 오이절임, 배 한 조각과 수육 2점, 삶은 달걀 반쪽이 올려져 있다. 옆에 이건 뭐지? 하고 보니 꿩완자였다. 꿩고기와 뼈, 두부, 양파 등을 다져 만든 거라는데 식감이 약간 불편했다. 그 거친 느낌이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비호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평소 물냉면을 먹을 때나 설렁탕을 먹을 때나 식초나 겨나 고춧가루를 전혀 넣지 않고 그냥 먹는다. 내가 비빔냉면을 먹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 먹고 나서 입 주변과 치아가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어서 비냉을 거의 먹지 않는다.

 

 

송추 평양면옥의 꿩냉면 육수는 내게 정형화된 평양냉면의 육수와는 다른 맛이었다. 생각보다 육향과 감칠맛이 강하게 느껴져 달걀 노른자를 풀어 톡쏘는 맛을 줄여주었다. 평소에는 무김치 등과 함께 면을 다 먹고난 후 마지막으로 삶은 달걀 반쪽으로 포만감을 채워준 다음, 배 한쪽으로 입가심하는 순서로 먹는데...

슴슴한 평양냉편을 선호하는 편이라 이렇게 새콤하면서 강한 육수는 별로인데... 하면서 부드러운 면발 (아이가 먹기에도 아주 좋다!!)이 어느샌가 입 속으로 호로록 다 들어간 후였다.

비빔냉면을 먹은 분은 그냥 보통맛이라고 하셨으나, 내가 직접 먹어본 게 아니라 뭐라 말할 수가.. 앞으로도 비냉은 먹지 않을 것 같으니 앞으로도 뭐라 말할 수가 없을...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3시쯤이었는데, 점심 시간이 지났음에도 평양면옥 앞의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것은 문파워일까? 정은파워일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평냉이 아니라서 그냥 보통으로 먹고 집으로 향했는데, 차 안에서 자꾸만 꿩냉면 맛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꿩냉면 중독이 시작된 건가?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별미로 먹어볼만한 맛이다. 주말이라면 대기는 필수일 테지만, 이 근처에 간다면 꼭 들러보시라.

 

 

  1. 백석 <국수> 중에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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